거제 매미성,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기다

거제 매미성

거제시 장목면 복항마을에 위치한 매미성.

 

이제는 너무도 유명해져 버린 거제도의 관광지이다.

 

거제도를 대표하는 양대 조선소중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셨던 백순삼씨는 은퇴무렵 소일거리로 복항마을에 텃밭을 가꾸었는데 2003년 우리나라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던 태풍 매미로 인해 열심히 가꾸던 텃밭의 농작물이 쓸려내려가고 토사도 무너져 버렸다. 이런 모습을 안타까워하던 백순삼씨는 홀로 토사 경계면에 제방을 쌓았다. 하루 이틀, 일 년, 삼 년, 10년, 17년....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누구의 도움 없이 성을 쌓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어마어마한 성을 쌓아 올리는 데에 도면 한 장 없었다는 것이다. 오로지 본인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대로 돌을 쌓아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확실한 정보는 아닐지 모르지만 원래 계획했던 성의 모습은 완성이 되었지만 매미성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아직도 성을 쌓고 있다고도 한다.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아침 일찍 매미성을 방문해보았다.

 

매미성 주차장
매미성주차장화장실

주말만 되면 수많은 방문객들로 인해 복항마을 도로변은 주차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용 무료주차장까지 만들어졌기 때문에 좀 더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공중화장실도 깨끗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용변을 보기도 좋다.

 

복항마을
매미성 안내

 

매미성 안내 표지반도 세워져 있다.

 

매미성 입구

이전에는 자동차를 끌고 매미성 바로 코 앞까지 들어갈 수 있었지만 관광객이 늘어난 지금은 복항마을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마을 입구는 마을 위원회에서 운영하는지 모르지만 어르신 2분께서 지키고 서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입구 바로앞에는 거제도의 명물이 된 바람의 핫도그 카페 모습도 보인다.

 

매미성 가는길

예전의 매미성가는길은 보통의 어촌마을을 연상케 했었는데 지금은 마을 입구 초입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수많은 카페들이 생겨버렸다. 카페가 많이 생긴 것이 좋은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모습이 그리운 건 나만의 생각일까.

 

매미성 입구

5분 정도를 걸어내려가면 매미성의 모습이 아스라히 보인다. 

예전에는 저 넓은 공터에 차를 주차해놓을 수 있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찾는 장소는 아니었다.

 

거제 매미성

매미성의 모습이 보인다. 

혼자서 저 성벽을 만들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웅장한 모습을 자아낸다.

 

코로나 19 때문인지 이른 아침 방문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아 구경하기에는 최고의 조건이다.

 

오르는 길은 왼편의 비탈길과 오른편의 계산 두 가지가 있다. 

 

매미성을 오르기전 거가대교가 보이는 매미성 해안가의 멋진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멀리 거가대교가 보인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바다
매미성 해안은 몽돌로 이루어져 있다

 

계단을 이용해 올라본다.

 

멀리 섬도 보인다
매미성 곳곳에는 동백꽃과 대나무,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성곽 사이사이로 나무들이 조화를 이룬다
사진만 보아서는 한국스럽지 않을 수 있다.
한국 맞답니다
매미성 아래로는 보이는 바위들. 이곳에서 낚시를 즐기는 분들도 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매미성의 공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계단을 올라 성 위로 오르게 되면 텃밭과 함께 성벽으로 사용될 돌무더기가 군데군데 정리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말이었던 방문날. 여전히 백순삼씨는 성벽을 쌓아가고 있었다. 옆에는 작업 중 말을 시키지 말라는 팻말까지 준비되어있어 아무런 말도 섞을 순 없었다. 

 

매미성에서 바라본 몽돌해변
아이들은 성위에서 한참동안을 바다와 해변을 바라보았다.
매미성 정상
매미성곽
돌탑

매미성의 정상에서는 몽돌해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아침햇살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의 방문이 작았을 때였기에 조금 더 꼼꼼히 매미성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내려가는 길
이 곳을 통해 내려가면된다. 내려가는 길 또한 아직은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다.

매미성 구경에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17년을 몸 밭 쳐 쌓아 올린 성벽이지만 방문객으로서 이 곳을 둘러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30분 남짓이다. 누군가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작은 규모에 볼 것 없다며 볼맨 소리를 내며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안도현 시인의 시 가 있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어떠한 일에든 불꽃같았던 적이 있는가. 

 

적어도 이 곳 매미성을 일궈낸 백순삼씨는 아직까지도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 있는 사람이다.

 

멋진 경치에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파도가 살랑살랑, 아이들과 물수제비도 만들어 본다.
아들 1호는 돌계단에 자신만의 돌탑을 쌓아올리고있다.
늠름한 모습의 매미성
거제 매미성
이제 언덕을 올라 되돌아간다.
카페에서 만난 야옹이
매미성 카페들, 돌아가는 길 카페사진을 몇장 찍어보았는데 정말 많았다.

 

공중파를 통한 TV 출연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인해 지금의 복항마을의 모습은 예전 같지 않다. 거제 현지인이지만 이 곳을 방문하기 정말 쉽지 않다. 빽빽이 도로가에 주차된 차들을 바라보며 발길을 돌린 적도 몇 번 있을 정도다. 되려 코로나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해서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거가대교를 이용하기 전 잠시 이 곳에 들러 굳건한 모습의 매미성과 사람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신념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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